많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기본 수준을 넘어서는 AI 교육과 도구를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은 AI를 널리 활용하고 있지만, CIO와 다른 관리자들이 기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나 고급 도구를 제공하지 않아 여전히 단순 업무에 머무르고 있다.
AI 협업 도구 벤더 아서 테크놀로지스(Arthur Technologies)가 7월 미국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전원이 최근 3개월 동안 직장에서 AI를 사용했다고 답했으며, 이 중 절반 가까이는 하루에도 여러 번 AI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직원은 AI를 강력한 동료나 팀원으로 보기보다는 ‘주니어 보조자’ 수준으로 활용하는 데 그치고 있었다. 많은 직원이 이메일 초안 작성이나 기초 조사에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리서치 지원에, 51%가 데이터 분석에 AI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관리(38%), 고객 서비스(11%), 영업 지원(7%)에서는 활용도가 낮았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도 되지 않는 이들이 AI를 진정한 협업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었다.
아서 테크놀로지스의 설립자 겸 CEO인 크리스토프 플라이슈만은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AI 활용은 얕은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무일 전체를 놓고 보면 일하는 방식과 의사결정 과정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직원들이 가끔씩 AI를 쓰기는 하지만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반에 깊이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의지에 못 미쳐
플라이슈만은 기업이 제공하는 교육 부족을 대표적인 문제로 꼽았다. 응답자의 82%가 “회사에서 AI 활용을 장려한다”고 답했지만, 37%는 정식 AI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한 플라이슈만을 비롯한 여러 AI 전문가들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코파일럿형’ AI 보조 도구 이상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경우에는 AI 도구가 직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을 돕기도 하지만, 이를 실행 가능한 단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AI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플라이슈만은 “기업은 개별 도구를 추가해 사일로와 단절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프로젝트 수명주기 전반과 주간 업무 전반에 걸쳐 팀을 지원하는 수평적 레이어로 내부 프로세스를 재구성해야 한다”며 “수직적 접근보다는 수평적 접근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경영진의 문제라고 진단하며, CIO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직원 교육을 제공하고 AI를 주요 비즈니스 워크플로에 통합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라이슈만은 “내가 만난 많은 팀은 문제의 본질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CIO의 역할은 ‘우리는 업무 방식을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팀이 수행하는 모든 업무에 AI가 함께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직원들의 저항도 일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직원들이 AI가 업무 역할을 지나치게 대체할 경우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플라이슈만은 “AI를 활용해 생산성이 높아진다면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일자리를 잃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대체보다는 보강의 성격이 더 강하다”며 “AI 도입 전 생산성 지표가 X였다면, 같은 직원이 지금 훨씬 높은 생산성을 보이고 있는데 왜 해고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챗봇 덧붙인 대시보드’
다른 AI 전문가들도 직원들이 기본적인 AI 작업에만 머무르는 문제를 지적하며, 경영진의 지원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에이전트 벤더 아이젠틱 AI(i-GENTIC AI)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 자라 팀사는 “조직이 도입하는 AI 도구 자체가 기능적으로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에이전트형 AI가 주목받고 있지만, 직원들이 고급 활용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기업이 직원들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기업들은 에이전트형 AI를 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챗봇을 얹은 화려한 대시보드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AI 중심의 마케팅 컨설팅 기업 마켓트리(Marketri)에서 AI 혁신을 총괄하는 수석 디렉터 브래디 루이스는 이를 ‘AI 안주 증후군(AI comfort zone syndrome)’이라고 불렀다. 그는 “일부 조직은 직원들이 AI를 자율적으로 학습하도록 방치하고 있으며, AI 활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지 않는다”며 “이런 기업들은 머지않아 심각한 경쟁력 약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이스는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지만, 이를 지원하지 않는 기업은 컴퓨터를 보급하지 않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CIO와 IT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안전한 실험 환경(sandbox)’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집중 도입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AI를 익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루이스는 “AI를 효과적으로 쓰려면 직원들이 사고 파트너로서 AI를 대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며 “AI와 반복적으로 협업하는 방법, 어떤 업무를 위임할지 판단하는 법, 맥락과 의도를 반영해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법 같은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원들에게 불필요한 압박 없이 학습 시간을 주고, AI 경험이 풍부한 직원과 초보자를 짝지어 학습하게 하며, 큰 성과뿐 아니라 작은 성과도 함께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비즈니스 전반에 통합돼야
인텔리전트 비즈니스 자동화 플랫폼 벤더 플로웨이블(Flowable)의 CTO 미카 키너는 CIO들이 AI를 업무 전반의 워크플로에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과거 사람이 담당하던 많은 시간 소모적 작업을 대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사의 AI 챗봇이 특정 약이나 의료 절차가 보험 적용 대상인지 고객에게 안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AI 에이전트를 통해 보험 클레임 접수부터 의료비 지불까지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키너는 “기본적인 AI 작업이 도움이 되긴 하지만 비즈니스 성과를 끌어올리지는 못한다”며 “AI가 여전히 메모 작성, 리서치,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같은 피상적 업무의 조수 역할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짜 문제는 직원들의 의지가 아니라 AI가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시스템에 깊숙이 통합되지 않은 것”이라며 “클레임 관리, 온보딩, 사례 해결 같은 핵심 워크플로에 AI가 오케스트레이션되지 않는 이상, AI는 기업 가치를 견인하는 수단이 아니라 단순한 신기함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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