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가격 상승과 공급 지연 우려 속에 CIO는 장기적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이 엔비디아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지목하면서, 이는 글로벌 운영에 차질을 빚고 엔비디아 GPU에 의존하는 기업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규제 불확실성이 확대된 셈이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예비 조사에서 엔비디아가 2020년 멜라녹스(Mellanox) 인수와 관련된 조건을 위반한 정황을 확인했으며, 이에 따라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칩 제조를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에 의존하고 있으며, 지난해 중국 매출 비중은 약 13%에 달한다. 중국 내 판매 제한이 장기화될 경우 엔비디아의 운영은 한층 복잡해지고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파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AI와 클라우드 워크로드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 GPU 수요가 치솟는 가운데 나왔다. 이미 제한된 글로벌 공급으로 인해 기업들은 비용 부담이 커졌고, CIO는 클라우드 기업과 스타트업과 경쟁하며 하드웨어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업 리스크 확대
중국의 조사가 엔비디아의 시장 진입을 막는 수준은 아닐 수 있지만, 규제 반발, 가격 변동성, 기술 생태계 분절화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CIO에게 핵심은 중국 내 접근성 자체보다 장기적으로 필수 연산 자원의 글로벌 가용성에 미칠 여파다.
이미 높은 비용과 제한된 공급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 기업들은 AI 및 클라우드 프로젝트에 필요한 GPU 파워 확보에서 추가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반도체 컨설팅 업체 팹이코노믹스(Fab Economics)의 CEO 데니시 파루키는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2025년 말에는 H20 이외의 GPU에서도 조달 비용이 오르고 납품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중국이 500억 달러(약 69조 원) 규모의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면서 CIO들은 조달 비용 상승이라는 지속적 과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는 곧 기업들이 더 높은 비용과 지속적인 공급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함을 의미한다. 엔비디아가 중국에서 지속적인 규제 압박을 받는다면 글로벌 매출 구조가 약화될 수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 가격을 인상해 손실을 메우려 할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산업 전문 분석기업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마니시 라와트는 “수출 통제와 중국 전용 모델의 배송 지연은 지정학적 갈등이 어떻게 납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의존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 CUDA 생태계에 묶인 기업들은 AMD, 인텔, 신규 클라우드 네이티브 가속기로 워크로드를 전환하는 데 상당한 장벽을 마주할 수 있다. 컨설팅 기업 옴디아(Omdia)의 최고 애널리스트 리안 지예 수는 “CIO가 엔비디아와 비슷한 대안을 구축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며, 필요한 인재 확보도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
파루키는 중국 전용 GPU인 H20 등 판매 감소가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칩 패키징을 담당하는 미국 앰코(Amkor), HBM 메모리를 공급하는 한국 삼성, 반도체 제조를 맡은 대만 TSMC, 하드웨어 통합을 진행하는 폭스콘(Foxconn) 등 주요 협력사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파루키는 또 “엔비디아는 이미 파트너사에 H20 생산 중단을 통보했으며, 이는 자재, 장비, 테스트 업체를 포함한 전 밸류체인에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이는 기술 공급망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공급망은 워싱턴과 베이징의 갑작스러운 정책 충격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컨설팅 기업 에베레스트 그룹(Everest Group)의 수석 애널리스트 라치타 라오는 “이번 조치는 중국이 반독점 규제를 기술 경쟁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미국이 수출 통제를 무기화하는 방식과 유사하다”라며 “미국 내 공급이 직접 차단되지 않더라도 조달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비용 및 규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오는 이어 “제한이 확산되면 엔비디아는 제품을 분리 판매하기보다는 클라우드 파트너를 통해 GPU를 공급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제약이 심화되는 시기 클라우드 플랫폼이 엔비디아 연산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채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IO의 과제
애널리스트들은 지정학적·경제적 압력으로 인해 AI 하드웨어 생태계가 점차 분절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CIO는 미국 벤더가 중국에서 제품 번들링 제한을 받거나, 글로벌 차원에서 규제 감시 속에 사업 조건 조정을 요구받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테크인사이츠의 라와트는 “중국은 미국 벤더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산화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곧 이들 기업의 시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으로 공급 차질을, 장기적으로는 벤더가 수익을 만회하려는 과정에서 비용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조달 전략에는 규제 변동성, 공급 다변화, 가격 압박 가능성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파루키는 “CIO는 AI 인프라를 설계할 때 필수 부품에는 공급 안정성을, 대체 가능한 부품에는 공급 회복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컴퓨팅, 메모리, 연결성, 스토리지, 네트워킹 등 인프라 전반에서 로드맵 일정과 총소유비용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업에 주어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지정학적 긴장은 단순한 배경 변수가 아니라 AI 인프라 전략을 직접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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