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효율성과 유연성, 그리고 특화된 활용 사례에 집중하며 오라클은 전통 소프트웨어 거인에서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탈바꿈했다.

오라클이 2016년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를 출시했을 때만해도,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의 진지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 믿은 이가 거의 없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구글 클라우드는 이미 수년간 시장을 지배해 왔을 뿐만 아니라, 혁신과 규모, 성능에서 신생 업체가 넘기 힘든 높은 기준을 세워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프레미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베이스 기업이 뒤늦게 클라우드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오늘날 오라클 클라우드는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에 대항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AI 인프라 분야에서 특화 역량을 인정받으며 고성능·특수 활용 사례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오라클이 어떻게 퍼블릭 클라우드라는 치열하고 냉혹한 시장에서 경쟁자로 변신했는지 이해하려면, 이 여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도전
퍼블릭 클라우드 혁신을 수용하기 전, 오라클은 온프레미스 데이터베이스 솔루션과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오라클은 기업 서버에서 직접 운영하는 전통 소프트웨어의 대명사였다. 방대한 기업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AWS와 MS가 확장 가능한 원격 인프라로 IT 환경을 혁신할 때 오라클은 대응이 더뎠다.
OCI는 오라클의 첫 본격적인 클라우드 도전이었고, 단순한 추격전이 아니었다. 오라클은 AWS, 애저, 구글 클라우드를 모방하기보다는, 고성능·저비용 대규모 워크로드라는 기업 특유의 요구에 맞춰 인프라를 재설계하는 데 집중했다. 초기에는 주로 기존 오라클 고객, 즉 미션 크리티컬 워크로드를 오라클에 맡겨 온 기업들이 OCI를 채택했다.
그럼에도 충성 고객 기반에도 불구하고 OCI는 초기 성장세가 더뎠다. 시장 전반에서는 OCI를 ‘오라클 의존적이고 데이터 집약적 워크로드에만 적합한 틈새 제품’으로 인식했다. 하이퍼스케일러와 경쟁하는 일은 무모해 보였다. 하지만 오라클은 물러서지 않고, 특히 AI와 고성능컴퓨팅(HPC) 같은 새로운 기술 수요에 맞춘 혁신과 아키텍처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갔다.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차별화
당시 업계 대부분은 오라클이 AWS, 애저, 구글 클라우드의 지배력을 뚫고 올라올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클라우드 시장은 막대한 규모의 경제와 소수 기업만이 감당할 수 있는 빠른 혁신 속도를 보상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라클은 모방이 아닌 차별화에 집중함으로써 결국 성과를 거두었다.
오라클을 돋보이게 만든 핵심 아키텍처 요소 중 하나는 모듈형 클라우드 인프라였다. AWS와 애저가 축구장 크기의 초대형 데이터센터에 의존한 반면, 오라클은 ‘버터플라이(Butterfly)’ OCI 인스턴스와 같은 소규모·유연한 인프라 방식을 도입했다. 이러한 모듈형 설계를 통해 오라클은 동일한 보안 기능과 성능을 갖춘 전용 OCI를 소규모·경제적인 형태로 제공할 수 있었으며, 기업은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는 단순한 시도가 아니라, 하이퍼스케일러가 제공하지 못했던 프라이빗 클라우드나 소규모 배치를 원하는 기업의 수요를 정확히 충족한 것이었다.
가격 경쟁력도 오라클의 중요한 강점으로 떠올랐다. 공동 설립자이자 회장 겸 CTO인 래리 엘리슨은 특히 AI 워크로드에서 OCI가 경쟁사의 가격-성능 지표를 능가한다고 자신 있게 주장해 왔다. 예컨대 동일한 규모의 배치를 구현할 때 하이퍼스케일러가 6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하지만, 오라클은 약 600만 달러 수준에서 프라이빗 클라우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 외에도 오라클은 유연성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오라클의 아키텍처는 기존 온프레미스 인프라, 경쟁사의 클라우드 서비스, 그리고 다른 하이퍼스케일러 플랫폼에서 실행되는 워크로드와의 상호운용을 지원한다. 덕분에 기업은 이제 특정 클라우드 업체에 ‘올인’할 필요가 없다.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해가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경쟁 플랫폼과 공존할 수 있는 이 능력은 드문 사례로, 최대한의 유연성을 원하는 기업에게 오라클을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게 했다.
AI와 ‘대안 클라우드’ 속에서 떠오른 선택지
오라클의 최근 성장은 AI 인프라 선도 기업으로서의 평판이 높아진 데 힘입은 바 크다. 기업들이 AI 도입을 서두르면서, 복잡한 AI 학습과 추론 워크로드를 감당할 수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러한 워크로드는 막대한 비용과 연산 자원을 요구하기 때문에, 고성능과 비용 효율성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클라우드 사업자에게는 중요한 시장 기회가 되고 있다.
오라클은 대규모 언어모델 학습과 실시간 추론 같은 AI 활용 사례의 요구에 맞춰 인프라를 설계하며 이 기회를 포착했다. 분석가들은 이제 많은 AI 워크로드에서 OCI를 사실상의 표준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경쟁사보다 낮은 비용으로 높은 성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슨에 따르면 AI 시장은 학습에서 훨씬 더 큰 규모의 추론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오라클은 이 분야에서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AI를 넘어, 오라클은 하이퍼스케일러에 대한 대안을 찾는 기업들 사이에서 점점 더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이른바 ‘대안 클라우드(alt cloud)’라 불리는 흐름은 소버린 클라우드, GPU 특화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 제공업체, 코로케이션, 프라이빗 클라우드 등 폭넓은 선택지를 포함한다. 이들은 단순히 AI 워크로드뿐만 아니라 기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까지 아우르며, 맞춤화된 서비스와 합리적인 비용, 그리고 기업 요구에 더 밀접하게 부합하는 제공 방식으로 차별화를 이룬다. 오라클 클라우드는 이러한 범주에 정확히 들어맞으며, 기업들이 단순한 규모보다는 유연성·비용 효율성·성능을 우선시하면서 점차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파괴적 성공 사례
오라클이 클라우드 시장의 유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것은 오늘날 엔터프라이즈 기술 분야에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다. 시장 진입이 너무 늦었고, 기존 사업 의존도가 높으며, 선두 기업과의 격차가 너무 커 의미 있는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던 기업이 바로 오라클이었다. 그러나 오라클은 아마존, MS, 구글의 방식대로 경쟁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특정 기업의 요구에 집중하며 AI, 금융, 고성능컴퓨팅(HPC) 같은 핵심 워크로드에서 ‘최적의 클라우드’라는 입지를 구축했다.
오라클의 성장은 단순히 기업 자체의 승리에 그치지 않는다. OCI의 성공은 클라우드 시장에서 경쟁과 혁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여전히 하이퍼스케일러가 주도하고 있지만, OCI 같은 ‘대안 클라우드’가 자리 잡으면서 기업은 더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특화된 활용 사례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오라클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을 흔들며 산업 전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이는 단순히 하이퍼스케일러에 맞서는 또 하나의 옵션이 아니라, 과점 체제로 굳어질 것 같던 시장에 ‘의미 있는 대안’이 존재함을 증명한 것이다.
물론 오라클 클라우드는 아직 AWS나 애저만큼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혁신을 보면, 퍼블릭 클라우드 경쟁에 늦게 합류한 오라클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목표는 단순히 참여가 아니라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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