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IT 경력 경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AI는 기술 전문성과 전략적 사고, 인간관계 역량을 결합할 준비가 된 이들에게 더 빠른 성장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AI가 기업 IT 운영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오랫동안 IT 운영팀은 시스템 관리, 서비스 데스크 문제 해결 등 특정 분야의 기술적 숙련도를 바탕으로 경력을 쌓아왔다. 이제 AI가 일상적인 IT 환경에 자리 잡으면서 기존의 경력 경로가 달라지고 있다. 반복적이고 수동적인 업무는 줄어들며, 전략, 거버넌스, 통합을 이끌 수 있는 리더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많은 IT 전문가가 지금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AI 시대의 IT 운영 직무는 어떤 모습일까?
진입 기회는 줄고 성장 기회는 빨라진다
과거에는 IT 운영이 기술 업계에 발을 들이려는 사람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헬프데스크, 시스템 모니터링, 초급 관리직 같은 역할은 현장에서 배우며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점차 더 전문적인 엔지니어링이나 아키텍처 직무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AI가 반복 업무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면서 기존의 경로가 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해당 직무로 나아갈 길이 닫힌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연차 채용은 줄어들 수 있지만, 기본적인 기술 역량을 갖추고 AI 보조 도구를 다룰 능력이 있는 전문가는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과거처럼 수년간 반복 업무를 거쳐야 경력이 쌓이던 구조에서, 이제는 더 빨리 관리 및 설계 역할로 올라서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앞선 조직은 이미 인재 육성 경로를 재설계하고 있다. 저연차 지원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하기보다는, 빠르게 적응하고 여러 시스템을 학습하며, AI 기반 워크플로우를 주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인재가 우선시되고 있다. 따라서 경력 초입의 전문가에게 중요한 것은 동일한 직무에서 오랜 기간 근속하는 게 아니라 자격증 취득, 지속적 학습, 그리고 부서 간 경험일 수 있다.
하이브리드 테크놀로지스트의 부상
IT 직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새로운 흐름은 ‘하이브리드화’다. AI 도구가 업무 흐름을 바꾸고 있지만, 그렇다고 사람 운영자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의 IT 운영 리더는 수작업 문제를 얼마나 빨리 해결하느냐보다 다음과 같은 능력을 얼마나 잘 발휘하느냐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 AI가 생성한 추천 결과를 해석하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능력
- 책임 있는 AI 활용을 위한 가드레일을 구축하는 능력
- 개발자, 비즈니스 리더, 컴플라이언스 팀과 협력해 기술을 비즈니스 성과와 정렬시키는 능력
이런 변화는 기업에서 IT와 비즈니스 영역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테크놀로지스트’라는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에게는 커뮤니케이션, 거버넌스, 부서 간 협업 역량이 단일 기술 스택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이제 기술과 비즈니스 세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이들이 점점 더 성공의 기회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이들은 AI 기반 옵저버빌리티의 복잡한 개념을 경영진에게 알기 쉽게 설명한 뒤, 엔지니어와 함께 모델 성능을 개선하는 작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러한 가교 역할을 하는 전문가는 실무적인 AI 업무 수행 능력과 동시에 그 중요성을 다른 이해관계자와 비즈니스 부서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에서 더욱 높은 수요를 얻게 될 것이다.
새롭게 떠오르는 전문 분야
AI가 전술적 업무를 더 많이 맡게 됨에 따라 IT 운영 직무에서 완전히 새로운 전문 영역이 형성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 AI 거버넌스 전문가: 시스템이 감사 가능하고 윤리적 기준과 규제 요건을 충족하도록 보장한다.
- 데이터 운영 엔지니어: AI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의 품질, 가용성, 통합을 관리한다.
- IT 아키텍트: 모니터링, 옵저버빌리티, 서비스 관리 도구에 AI를 어떻게 통합할지 설계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경력 경로와 역량을 정의한다.
- 경험 관리자(Experience Owner): 직원과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AI가 생산성과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한다.
새로운 역할은 기존의 IT 직함조차 갖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기업은 SRE(사이트 신뢰 엔지니어)에 모델 모니터링을 결합한 ‘AI 신뢰 엔지니어’ 직무를 실험하고 있으며, 알고리즘 결정이 초래할 수 있는 연쇄적 영향을 평가하는 ‘AI 윤리 전문가’를 두기도 한다. 이런 직무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10년간 IT 운영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인 성장을 고민하는 IT 전문가에게 중요한 것은 보유한 기술 전문성에 판단력, 정책 수립, 설계 능력을 결합할 방법을 찾는 일이다. 이런 역량은 자동화될 가능성이 낮으면서도 앞으로 중요성이 가장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리더십의 재정의
CIO와 고위 IT 리더에게 경력 발전은 더 이상 예산 관리나 가동 시간 지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AI 시대의 리더십은 불확실성을 다룰 수 있는 역량과 여러 분야를 연결하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의 IT 리더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 IT 운영에서 AI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 어떤 영역에서 사람의 개입을 유지해야 하는가?
- 끊임없는 변화에 대비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조직이 길러야 할 역량은 무엇인가?
이 과도기를 조직이 잘 헤쳐 나가도록 이끄는 리더는 IT를 넘어서는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AI는 기술을 이미 비즈니스 전략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따라서 기회와 위험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IT 리더가 이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미 CIO의 보고 체계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기술이 성장과 회복탄력성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면서 점점 더 많은 CIO가 CEO에게 직접 보고하고 있다. 앞으로 C레벨로의 승진에는 인프라 전문성보다 비전, 외교적 역량, 그리고 조직 전반에 걸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능력이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
변화를 헤쳐 나갈 전략
IT 운영에서 경력을 쌓아가는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전략은 적응력이다. 기술 전문성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AI를 보완하는 역량이 차별화 요소를 만들 수 있다. 즉, 비판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 성과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능력이 경력 성장을 좌우하게 될 수 있다.
역량 강화 역시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미 클라우드 관리, 사이버보안, 데이터 분석 교육 과정이 보편화됐지만, 여기에 AI 거버넌스, 윤리, 설계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멘토링과 실무 참관은 단순히 도구 활용법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리스크 평가, 상충 요소 간 균형 잡기, 명확한 의사 전달 방식까지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CIO에게는 인재 육성 방식을 재정립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AI가 초급 업무를 흡수하면서 전통적인 도제식 모델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리더는 미래 전문가를 키우기 위한 새로운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서 간 로테이션, 프로젝트 기반 리더십 기회, 소프트스킬 투자 등이 직원들로 하여금 하이브리드 역할에 대비하도록 하는 핵심 방법일 수 있다. 앞으로의 경력 발전은 한 가지 좁은 사다리를 오르는 방식이 아니라 인접한 여러 영역으로 폭을 넓히는 과정이 될 것이다.
AI가 재구성하는 일자리
시장에서는 AI가 일자리를 없앨 것을 우려하지만, 실제로 IT 분야에서는 일자리를 재구성하고 있다. 미래에는 단순 반복 업무는 줄고 감독, 통합, 리더십 역량은 더 크게 요구될 것이다. 전문가에게는 더 빠르게 의미 있는 업무에 접근하고, 하이브리드 테크놀로지스트와 교차 기능 리더로 성장할 기회일 수 있다. 기업에게는 전략적이고 적응력 높으며 책임 있게 AI를 다룰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커리어 경로의 모습은 달라졌지만, 사다리는 여전히 위로 향하고 있다. AI 시대의 IT 운영 직무는 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된 이들에게 닫히는 길보다 열리는 길을 훨씬 더 많이 제시할 것이다.
dl-ciokorea@foundryco.com